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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I는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에서 현실에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거대 기업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오아시스는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자신이 참여하는 공간이 가상임을 알기에 오아시스와 실제 현실은 긴밀하게 연결된다. 대표적인 장면이 게임 안에서 획득한 사이버머니로 현실의 햅틱 슈트를 주문하는 장면이다. 가상 공간의 화폐로 구매한 물건은 드론을 통해 실물로 배송되어 주인공 집에 도착한다. 가상 공간에서의 구매 행위가 실제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당사자도 세계도 알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 가상의 공간과 현실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일종의 화폐라는 점이다. 사이버머니로 현실의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연계성은 단순히 새로운 슈트를 구매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영화 안에서 IOI라는 이름의 거대 기업의 출현을 부른다. 이들은 오아시스라는 게임 공간 안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생겨나는데, 여기서의 수익은 게임 안에서가 아닌 현실 공간에 이윤을 가져다줌으로써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마치 현대 온라인게임을 두고 벌어지는 아이템·골드 파밍 공장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의 존재는 화폐를 통해 현실과 교류하는 가상의 공간이 결코 완전히 현실로부터 분리된 공간이 아님을 역설한다. 가상의 공간이 자본의 이윤 창출 공간으로 이용되는 것은 그런데 비단 영화 속 오아시스 게임에만 보인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의 대중문화들은 근본적으로 소비를 목적으로 제작된 생산품이며, 그 과정은 소비라는 형식을 통해 대중에게 전파된다. 소비와 향유가 동시에 존재하는 자본주의 대중문화의 양면성은 소비와 향유의 주체인 대중으로 하여금 간혹 소비가 향유의 영역을 넘어서려 할 때 반대를 명확히 하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아이돌 그룹의 리패키지 음반이 나올 때 '장사가 과도하다'면서 분개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경우와, 지상파 예능에 출연하는 힙합 래퍼가 힙합정신을 버렸다고 비난하는 경우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IOI와 맞서기 위해 결집하는 개별 게이머 그룹들을 통해 드러난다. 대중은 자신들의 대중문화가 자본주의 상품이라는 것을 결코 모르지 않지만, 상품도 상품 나름의 정도가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상품으로서 깔린 판 위에 쌓아올린 대중의 문화 향유만큼은 IOI로 대표되는 또 다른 상품화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플롯에서 절정을 이루는 장면은 일반 게이머들이 연합해서 거대 자본 IOI가 이스터에그를 활용한 희대의 게임에 개입하는 것을 막아내는 장면이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온갖 대중문화 아이콘들이 총출동해 싸우는 장면은 그래서 대중문화의 향유가 도를 넘은 소비 촉진에 저항하는 장면이 된다. 스필버그는 이 싸움을 통해 대중문화 소비자가 다시금 자신들의 영역을 지켜내는 결말을 보여주고, 대중문화 콘텐츠의 속성이 향유자들(최종 소유권이 주인공의 하이파이브 팀 전부에게 주어진다)에게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소유권을 얻어낸 이들의 결정은 일주일에 한 번 강제로 오아시스를 셧다운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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